2023년 기준 벌써 578년 전통의 맥주.
벨기에는 당시 법에 의해 보리맥주보다 밀맥주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 나라의 후하르던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이어진 맥주가 바로 호가든이다.
호가든은 벨지안 화이트(벨기에식 밀맥주) 스타일의 맥주로
1445년, 최초로 만들어졌던 그대로의 레시피가 아니기 때문에 그 당시의 맛은 절대 아니지만
1900년대 중반, 한 브루어에 의해 레시피가 개량되며 다시 부활하게 된다.
이때 만든 것이 지금의 호가든의 기초가 되었고 해당 브루어리가
AB inBev에 인수되며 대중성을 위한 레시피 수정을 통해 지금의 호가든이 된다.
후하르던 지역에서 만들어지던 밀맥주는
그 당시 맥주들이 그러하듯 시큼한 맛이 강했다고 한다.
그러다 카리브 제도의 섬에 있던 퀴라소라는 오렌지의 한 종을 발견한다.
열매자체는 쓴맛이 강했지만 향이 특히 강해 껍질을 이용하여
다양한 곳에 활용했다. 리큐르는 물론 맥주에까지.
그중 하나가 바로 호가든인데 호가든에 들어가는 오렌지 껍질이 이 퀴라소 오렌지 껍질이다.
거기에 서양 고수의 씨앗(코리엔더씨드)을 추가로 넣었는데
이는 숙성 과정을 통해 달콤한 향을 내기도, 시트러스한 향을 내기도, 은은한 꽃향을 내기도 하는
사용처가 많은, 우리나라 식으로 치면 감초같은 향신료다.
코리엔더씨드는 오렌지 껍질과 같이 어우러져
시트러스한 향을 더 깊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두가지의 조합으로 당시에 없던 맥주의 맛을 만들어내었고
오랜 기간 후하르던 지역의 유명 맥주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세계 전쟁으로 많은 양조장들이 파괴되고
전통을 이어오던 마지막 양조장까지 사라지게 된다.
이대로 전통 맥주의 맥이 끊기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 한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앞서 언급한 레시피를 개량하여 부활시킨 피에르 셀리스*다.
그는 주변에 있는 전(前) 브루어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다양한 기록들에 남아 있는 레시피들을 토대로 다시 전통적인 레시피를 부활시키는 데 성공한다.
세계 전쟁 이후 벨기에에도 필스너를 필두로한 라거가 유행이었는데
다시 등장한 벨지안 화이트는 금세 유명해지게 되어 큰 성공을 거둔다.
그런데 1985년, 화재가 발생하여 양조장이 전소된다.
결국 셀리스는 당시 인터브루였던 현 AB inBev에 양조장과 레시피를 매각,
자신은 미국으로 건너가 벨지안 화이트의 유행을 일으켰다.
*본래는 밀크맨, 우유를 만들고 유통하던 인물이었다. 그는 집 근처 양조장에서 일했었는데 그곳이 마지막에 사라진 양조장이었다.
호가든은 부드러운 목넘김과 산뜻한 향이 특징이며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풍미가 은은하다.
목 넘김이 부드럽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풍부한 거품과 톡 쏘는 탄산이 아니라
사르륵, 하고 밀키한 질감의 탄산(Naturally Cloudy라고 로고에 적은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일부 애호가들은 병맥주를 그대로 마시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있는 편인데, 사실 호가든이 맘에 안 드는 이들은 보통
화이트 비어, 즉 밀맥주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이트 비어는 굉장히 고착화된 스타일 중 하나인데
그렇기 때문에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대개 비슷한 풍미를 가졌다.
*거품이 풍성하게 느껴져 특유의 부드러움과 풍미가 극대화된다고 한다. 물론 취향의 영역이니 편한 방식으로 마시면 된다.
생맥주로 마실 때는 맥주 관리에 신경쓰는 펍을 방문해야 한다.
밀맥주는 맥주 안에 부유물(효모)이 남아있는 특성 때문에
맥주가 흐르는 관에 이물질이 자주 끼게 되는데
이를 방치해둔다면 맥주가 금방 상해 쓴맛이 강해지며 산패된다.
호가든에도 전용잔이 있는데
산뜻한 향이 풍길 수 있도록 입구가 넓고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파인트* 형태의 잔이다.
손으로 잡게되는 아래쪽은 유리도 더 두꺼운데
이는 맥주의 온도가 변화되는 걸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스텔라와는 다르게 전용잔의 이름은 따로 없어
그냥 호가든 육각 전용잔이라 불리고 있다.
호가든은 따르는 방법이 일반적인 맥주들과는 약간 다른데
70% 정도를 잔에 따른 후 남은 음료를 가볍게 돌려주어 잘 섞이도록 한 후 나머지를 따라주면 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가라앉은 효모들도 같이 나오게 하여
호가든 특유의 향과 맛을 온전히 즐기기 위함이다.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밑단이 좁고 입구부분과 밑단까지 직선 혹은 곡선으로 떨어지는 형태. 주로 에일 종류의 맥주를 이 잔에 따른다.
https://www.hoegaarden.co.kr/brand-story
호가든은 현재 두가지 맛으로 출시되고 있다.
가장 기본인 호가든 오리지널, 봄을 연상케 하는 달달한 라즈베리향의 호가든 로제.
로제의 겨우 오리지널보다 도수도 조금 더 낮고* 달콤한 맛이 더 느껴지는 맥주다.
개인적으로 달콤한 탄산 음료(그런데 탄산은 약한)를 먹는 느낌이라
한 번 먹어보고 더 이상 먹은 적이 없다.
그렇다고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맥주로써의 맛이 아니라
음료로써의 맛이 좋다, 라는 인상이 강했다.
만일 달콤한 칵테일을 좋아한다면 호가든 로제도 좋아할 수 있을 듯하다.
*오리지널이 4.9%, 로제가 3%. 사실상 일본의 호로요이와 같은 포지션이다. 도수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타겟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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