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고 탄산감 있는 맥주에는 사실 어떤 음식과도 궁합이 좋은 편이다. 기름지고 바삭한 식감의 튀김류와 다양한 토핑과 치즈로 가득한 피자, 겉은 고소하지만 속은 달콤한 호떡, 뱃속까지 얼얼해지는 매운 음식들, 담백 고소한 기름이 있는 회 혹은 초밥, 달달하거나 매콤한 양념의 덮밥 등 나열하자면 계속해서 나열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음식들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이처럼 필스너, 페일 라거와 같은 맥주들은 국물류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음식과의 궁합이 좋은 편이다. 특히 라거와 궁합이 좋은 것은 느끼한 음식들, 치킨이나 피자, 육류의 구이가 대표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향이 강한 다른 맥주들의 경우에는 어떨까. 일단 밀맥주의 경우 상큼한 시트러스향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이기에 과일이나 회가 잘 어울린다. 단, 베리류는 안 어울리기 때문에 피할 것. 스타우트의 경우 커피와 비슷한 풍미를 내는 도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맥주이기에 커피와 어울리는 음식과 잘 어울린다. 주로 추천되는 음식은 티라미수와 베리류.
그 외의 맥주들과 어울리는 음식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 원칙과 맛의 궁합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는데, 솔직히 그것들까지 우리가 알 필요는 없으니 몇가지 조합을 알려주겠다.
홉의 맛이 강하거나 쓴맛이 두드러지는 맥주 - 짭짤한 음식, 육향이 짙은 고기 혹은 향이 풍부한 치즈, 다양한 맛이 느껴지는 음식
달콤한 맥주 - 짭짤한 음식, 신맛이 나는 음식, 매운 음식, 단 음식(단, 강도 조절이 필수. 맥주가 강이라면 음식은 약으로)
새콤한 맥주 - 크림, 치즈, 오일 등 느끼한 맛의 음식, 짭짤한 음식
스모키한 맥주 - 육류(단, 강도와 풍미 조절 필수. 자칫 안 어울릴 수 있다), 크림처럼 부드러운 단 음식
몰트의 특성이 두드러지는 맥주(주로 라거) - 거의 대부분의 음식, 특히 구운 뿌리채소, 피자, 고기 요리
알코올의 맛이 강한 맥주 - 묵직한 맛의 음식, 알코올이 세지만 달콤한 경우 짭짤한 하드 치즈 혹은 디저트 류
맥주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은 역시 시원한 청량감이다. 그래서 여러 맥주집에서 맥주잔을 냉동고에 보관하여 살얼음이 생길 정도로 차갑게 마시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맥주에 대해서 약간이라도 공부한 사람들은 맥주를 무조건 차갑게 마시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맥주마다 홉 향, 효모의 발효로 인한 향, 첨가물에 의한 향 등 특유의 향이 있는데 이런 향은 온도가 너무 낮으면 잘 느껴지지 않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맥주는 냉장고에서 꺼내자마자 마시는 것보다는 약간 기다려서 캔 혹은 병에 미세한 물방울이 생기자마자 마시면 좋다. 실제로 편의점에서 위트 에일 혹은 IPA류의 맥주를 바로 따서 먹는 것보다 자리를 잡고 안주까지 모두 세팅 후에 표면에 물방울이 생기기 시작한 순간에 따 마시면 그 향이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참, 가능하다면 잔에 거품이 생기게 따라 마시는 것도 잊지 말 것.
필자가 가장 처음에 맥주 칵테일을 접한 것은 일본의 술 만화(술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일상만화. 제목은 기억이 안 난다..)를 통해서였다. 대략 6~7년 전에 처음 접하게 된 맥주 칵테일은 이런 것도 있었어?라는 인상이 강했다. 그리고 그 조합을 듣고는 이게 맛있다고?라는 생각도 했다. 당연하게도 맥주와 토마토 주스의 조합이라는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한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반신반의하며 만화에 나온 맥주, 기린과 토마토 주스를 만화에 나온 비율(이젠 이 비율도 기억나지 않는다)로 조합해서 먹어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생각보다 맛있었다. 약간의 시큼한 맛과 달콤한 맛이 나는 토마토 주스와 쌉싸름한 기린 맥주가 섞이며 토마토 주스의 시큼한 맛은 상쇄되고 톡 쏘는 맥주의 탄산이 줄어들어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맛의 맥주가 되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한 조합과 레시피("레드아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였지만, 그 당시 어렸던 나에게는 처음 겪어보는 세계였다. 나중에는 다른 과일들도 섞어서 먹어보기도 했는데, 레몬이나 오렌지, 자몽과의 조합은 실패없이 무난한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인지 개인적으로 토마토 주스와의 조합이 가장 좋았다.
아래로는 유명한 맥주 칵테일 몇개 정리해 보았다.
더티호(Dirty Hoe) - 호가든 + 기네스. 비율은 1:1. 호가든을 먼저 거품 없이 따라주고 그 표면에 숟가락을 뒤집은 상태로 비스듬히 얹어 그 위로 기네스를 천천히 따라준다. 그러면 층이 나뉘며 아래는 호가든, 위에는 기네스가 자리 잡게 된다. 한입에 쭉 마시는 것이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라고 한다. 처음은 기분 좋은 밀맥주의 맛, 끝맛은 쌉싸름한 기네스로 마무리되는 유명한 맥주 칵테일이다.
블랙벨벳(Black Velvet) - 흑맥주(스타우트 or 포터) + 샴페인(or 스파클링 와인. 단맛은 피할 것). 비율은 1:1. 1800년대 중반부터 마셨다고 알려진 맥주 칵테일이며 맥주를 먼저 따르고 그 위로 와인은 따라주면 된다. 부드러운 쌉싸름한 맛과 약간 높은 도수를 가졌다. 잔은 스파클링 잔도 좋고 일반적인 맥주잔에 먹어도 무방하다.
샌디(Shandy) - 라거맥주 + 진저에일(or 레몬에이드). 비율은 1:1. 영국에서 시작된 맥주 칵테일. 최초에는 진저에일이 아니라 레모네이드와 섞어 마셨다가 현재는 간편하게 구할 수 있는 진저에일을 주로 사용한다. 꼭 진저에일이 아니라 레몬 탄산음료면 상관없다. 호불호가 가장 적은 맥주 카테일 중 하나로 만들기도 쉽고 재료를 구하기도 쉽다. 더운 여름에 한잔 마시면 기분 좋은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스타우트 디플로맷(Stout Diplomat) - 다크럼(디플로마티코Diplomatico) + 셰리 와인 + 스타우트(or 초콜릿 스타우트). 비율은 2:1:12. 특이사항으로 모든 재료들은 차갑게 한 상태로 조합할 것. 그렇게 유명한 레시피는 아니지만 만일 부드럽고 달콤한 디저트 칵테일을 원한다면 추천하는 맥주 칵테일. 달콤한 디저트 와인인 셰리와 과일의 향이 짙은 부담스럽지 않게 달콤한 다크럼, 부드러운 스타우트의 조합은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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