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맥주

맥주 잡지식 ① - 거품 편

 

 

탄산을 가진 음료 중에서 거품이 유지되는 유일한 것이 바로 맥주다. 맥주에서 거품은 헤드 혹은 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맥주의 거품은 맥주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와 맥아의 단백질과 홉의 폴레페놀이 결합하며 다른 탄산음료들과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오래 유지되는데, 이때 맥주에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경우 거품이 더 오래 유지된다.

 

맥주의 거품은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외에도 맛과 향, 탄산에도 영향을 준다. 맥주를 열자 마자 안에 녹아든 탄산과 향이 빠르게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거품이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맥주의 거품이 빠르게 사라질수록 향과 탄산이 빠르게 날아가고, 늦게 사라질수록 오래 유지된다. 그리고 거품의 밀도에 따라서는 맛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정확히는 마실 때 느껴지는 질감에 영향을 준다. 밀도가 높을수록, 즉 거품이 미세하고 쫀쫀할수록 부드러운 목 넘김을 느낄 수 있다. 

 

 

 

 

특정 스타일에 따라 거품이 이렇다, 저렇다, 확정짓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스타일과 브랜드들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하지만 밀맥주의 경우 대부분 거품이 미세하고 오래 유지된다. 그 이유는 밀맥주의 특징 때문인데, 밀맥주에는 안에 효소와 단백질이 다른 맥주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 있다. 이렇다 보니 거품이 오래 남는 편이다.

 

요즘에는 거품을 더 오래, 미세하게 만들기 위해 질소를 추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질소를 추가하게 되면 다른 문제점도 발생하기도 하고(쓴맛이 부각되거나 오히려 청령감이 줄어들거나 등등) 맥주에 따라 최적의 거품양이 다르기 때문에 그 적정 비율을 연구하여 추가한다고 한다.

가장 이상적인 맥주와 거품의 비율은 브랜드에 따라 다르지만 대게 7:3 혹은 8:2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맥주를 따를 때는 우리 대부분이 그렇듯 맥주잔을 약간 기울인 상태로 절반정도를 채우고 서서히 바로 세우며 약감의 거품이 발생하게 전의 70~80%까지 따라준다. 그리고 병 혹은 캔에 남아 있는 것을 가볍게 흔들어 거품을 더 발생시킨 후 마무리로 따라주면 더 풍부한 거품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엔젤링이라고 불리는 맥주를 마시고 나서 잔에 남는 거품 흔적. 다들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엔젤링이라는 표현은 마케팅적으로 만들어낸 용어일 뿐 사전에도, 맥주애호가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언어에도 없는 단어다. 처음으로 맥주잔에 남는 거품 흔적을 엔젤링이라고 표현한 것은 일본의 한 맥주 회사다. 우리나라에도 이 광고가 방영된 적 있다. 바로 아사히 수퍼 드라이의 배우 소지섭이 출연한 광고가 그것이다. 여기서 엔젤링이란 단어가 사용되었으며 그 이후로 우리나라 대중들은 이 거품 흔적을 엔젤링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마케팅을 정말 기가 막히게 잘했다고 볼 수 있다.)

 

엔젤링의 정확한 표현은 레이싱(Lacing). 아사히의 광고에서는 엔젤링의 유무가 곧 맥주의 품질 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맥주의 품질을 평가하는 항목에는 거품의 균일도, 밀도, 유지 시간 등이 있을지언정 거품의 흔적인 레이싱은 맥주의 품질을 평가할 수 없다고 한다. 일부 평가에는 사용되기도 한다지만 이게 곧 맥주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즉, 아사히 광고에서 말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ngccT9xgs4

아사히 맥주 광고

 

 

다만 레이싱은 잔의 청결도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로 사용된다고 한다. 잔에 유분이 남아 있거나 이물질이 있는 경우 레이싱은 남지 않는다고 한다. 그 외에도 잔의 청결도를 확인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대부분 음료를 마시기 전에 확인하는 방법이며 레이싱으로 확인하는 것은 음료를 마신 후 확인하는 방법이라는 것.

물론 특정 맥주의 경우 레이싱이 남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것은 유의해야 한다. 맥주에 잔여 당, 단백질이 많이 남을 수록 거품은 끈적해지고 풍부해진다. 이런 경우 레이싱도 많이 남는다. 그러나 스텔라 아르투아와 같이 애초에 거품이 빨리 사라지는 경우 레이싱이 적게 나거나 아예 안 남는 경우도 발생한다.

 

한 가지 더, 레이싱은 아사히의 광고처럼 선명하게 남는 경우는 없다. 보통 맥주를 마시고 남은 높이에 거품이 흔적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적게, 혹은 많이 남는다. 또 그 흔적은 굉장히 흐릿하거나 촘촘한 그물모양처럼 남는 경우도 존재한다.